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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세상에서 살아남기

처음 월세 구할 때 알아볼 점

by Hohuha 2020. 3. 22.

첫 월세방 구하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실제로 제가 월세방을 구했던 경험을 공유해 보겠습니다.

1. 어... 월세 시세가 얼마지?

본가에서 회사까지의 출퇴근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려, 하루하루 자기 시간 없이, 하루에 출퇴근에만 3시간의 시간을 허비해버리는 것이 너무나도 아까워 출퇴근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월세방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다방에서 방을 찾아보니, 한 달 50만원 정도면 혼자살기에 충분하게 깔끔하고 넓은 방이 나오는 것을 보고, 조금은 아깝지만 월세 50만원 정도를 상한으로 방을 구하기로 마음먹고 마음에 드는 방에 매물 문의 연락을 보낸다.

 

10번 문의하면 5명이 회신을 주고, 5명이 모두 다른 매물을 보여준다.

 

부동산 : 10개 매물에 문의를 하면, 대략 5명이 회신을 주고 5명이 모두 같은 질문을 묻는다. 네 사장님~ 혹시 보증금/월세 금액 어느 정도까지 생각하고 계세요??

 

금액은 왜 물어보는거야?

매물을 특정하여 문의를 한 것인데, 왜 또다시 금액을 묻는 걸까? 의아했지만 관리하는 부동산이 워낙에 많다 보니 미처 모든 매물에 대해 숙지하진 못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에 대답을 했다.

 

필자 : "아.. 제가 어플 보고 문의드린 방은 ㅁㅁㅁㅁ/50 이던데요 한 그 정도로 알아보고 있어요~!"

부동산 : "아 넵 사장님! 그럼 언제 한번 보러 오실까요?"

필자 :"이번 주 주말 가능할까요?"

부동산 : "넵! 가능하십니다. 그럼 00에서 00시에 뵙겠습니다!"

2. 처참한 현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BMW한대가 내 앞에 선다. "000님 맞으시죠?"

와우.... 외제차를 얻어 타고 부동산을 보러 간다.

 

"아~ 문의하신 방이 마침 얼마전에 빠져서, 오늘은 다른 물건들 보여드릴게요! 문의주신 가격대에서 볼만한 방은 한 3개 정도 있어요~!" (픽업하여 바로 물건을 살펴보는 경우가 있고, 어떤 경우에는 사무실로 함께 출발하여 사무실 컴퓨터에서 전산으로 방을 조회 후 몇 가지 물건을 선택하여 둘러본다)

 

???? 아... 이게 허위매물이란 거구나... 싶지만 어차피 돌아다니며 방을 보아야 하니, 순순히 따라가 보면...

 

생각보다 좁고, 불편한 방.

분명 어플로 보던 것보다 훨씬 좁고 좋지 않은 방인데...

월세는 문의했던 가격인 1000/50에 관리비라는 게 추가로 5~10만원 든다고 한다.

 

필자 : 어... 이 방은 너무 좁은데, 혹시 더 넓은 방은 없을까요?

부동산 : 아... 그럼 혹시 반지층이나 옥탑은 괜찮으세요?

필자 : 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볼게요!

3. 패배 분석

 

당했다라는 씁쓸한 마음을 갖고 집으로 돌아와 자세히 찾아보니, 부동산을 구할 때는 절대 예산을 밝히지 말 것! 마음에 드는 티를 너무 내지 말 것! 최대한 많은 매물을 볼 것! 과 같은 팁들이 즐비하다. 생애 첫 자취방을 구하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고 너무 안일하게 달려든 스스로의 태도를 반성하고. 인터넷에 나온 각종 정보들을 확인하고 숙지하여, 여러 업자들과 만나 이것저것 물어보며 정보를 업데이트하였다. 2주간 퇴근시간, 주말 시간을 활용해서 대략 10명 정도의 직원들과 만나보니 결국 같은 지역을 돌아보면 보여주는 매물은 동일하고 소개해주는 금액 또한 같았다.

 

필자가 2주간 발로 뛰며 파악한 부동산 중개업자의 사정은 다음과 같다 (공인중개사가 아닌 직원들)

 

1) 월세가 잘 나가는 것을 아는 집주인은 굳이 여러 개 부동산에 월세 매물을 내놓지 않고 본인의 주거래 부동산에만 부탁을 하여도 충분하기에, 지어진 지 오래된 구옥이나, 월세가 잘 나가는 물건들은 동네에서 오래된 부동산이나, 알고 있는 중개사 통해서만 매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여, 해당 지역에 오래된 부동산만 쥐고 있는 물건들이 꽤나 많이 있다.

 

 

2) 결국 공인중개사 직원들은 새로 지은 건물에 대한 계약을 주로 받게 된다. 월세를 구하게 되면 주로 보게 되는 다가구주택의 간단한 유통구조는 다음과 같다.

 

건축주 : 건물을 짓는 사람

집주인 : 건물을 사는 사람

 

a. 건축주가 기존에 있던 구옥을 허물고 새로운 다가구주택을 올린다.

b. 부동산을 통해 월세/전세 비율을 맞춰 수익률을 맞춰둔다.

c. 수익률 --% 다가구주택을 통으로 집주인에게 판매한다.
(수익률을 맞추기 전 건축주가 건물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확정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본인이 직접 전/월세 비율을 맞추고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

 

종종 건축주가 집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필자가 본 모든 건물들은 결국 건축주가 월세, 전세 비율을 맞추고 집주인에게 팔아버렸다. (정확한 용어로 정리하자면, 기존 집주인이 건물을 새로 올리고 제3자에게 집을 팔아 새로운 집주인이 생기는 것)

 

3) 요즘 신축으로 올라가는 건물은, 벽 두께가 얇고, 최고의 수익률을 내기 위해 공간 활용을 극대화시킨다. 즉, 당신이 누울 공간만을 제공하는 월세방이 대부분이다. 구축보다 깔끔하지만, 같은 가격이라면 구축이 더 넓다. 신축 건물은 살면서 보일러나 누수, 단열공사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다. 첫 입주민은 깨끗한 옵션을 사용할 수 있지만, 페인트, 본드 냄새와 각종 건축 먼지, 그리고 테스트 거주자의 의미가 크다.

 

4) 계약 성공 시 공인중개 수수료의 일정 %를 본인이 수취하고 나머지는 사무소에 보낸다 (ex) 중개수수료 30만원 발생 시 본인 30%, 사무소 70% 그때 들었던 대략적인 비율이 있었는데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5) 사실 상 같은 업무만 진행하다 보니, 간단한 전세대출, 월세 계약 관련 절차는 잘 알고 있지만, 사실상 법적 분쟁, 근저당 설정, 전입신고, 대항권 같은 개념들은 그들에게도 복잡하다.

4. 인생은 실전이야

필자 : ---매물 보고 문의 연락드립니다. 다음 주 주말 00시 월세 볼 수 있을까요?

부동산 : 사장님~ 혹시 예산이나 선호하시는 부분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필자 : 가격은 크게 상관은 없고, 적당한 월세방 중에서 면적만 넓고 역에서 너무 멀지만 않으면 좋아요~!

부동산 : 넵! 그럼 토요일 --시에 뵙겠습니다!

 

약속 날

 

부동산 : 사장님~ 문의하신 방이 나가버려서요ㅠㅠ 혹시 다른 방 봐도 괜찮을까요?

필자 : 아 넵~ 제가 구로디지털단지부터 방배역 까지는 대충 물건들 다 돌아봐서요, 그 ~~쪽에 ㅁㅁ빌라랑 ~~쪽에 1000/70 짜리(내 구매력이 대략 이 정도 된다는 미끼를 던진다) 괜찮은 것 같던데, 혹시 전산 말고 사장님 들고 계신 것들 중에 좀 낡아도 상관없으니 넓은 매물 좀 있을까요?

부동산 : 음... 말씀하신 게 그쪽에 그것 말씀하시는 거지요? 거기 깔끔하게 잘 나왔는데...

필자 : 새집은 좀 냄새도 나고, 건축주들 장난도 많이 쳐서 저는 그냥 넓은 게 좋더라고요!
(이떄부터는 처음 방을 구하는게 아니라, 여러번 이사해본 경험이 있는 척을 하도록 하자)

 

이렇게 접근하니, 직원들이 다른 매물들을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그전에 봤던 매물만 보여주는 직원에게는 이미 다 보았던 방이라 더 볼것이 없다는 의사를 빨리 전달하고, 처음 보는 매물을 보여주는 직원들을 잘 기억해두자. 처음 본 매물들이 긴가민가 할 때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고, 물건들을 다 보고나면 커피나 과자, 음료수 등을 건내주며 감사합니다. 조금 더 고민해보고 다시 연락 드릴게요! 혹시 다른방 구하면 다른방 구했다고 알려드릴게요~! 라고 예의바르게 이야기 하자.

5. 연륜의 힘

다방에서 알게 된 젊은 직원들의 매물을 모두 다 훑어 본 후, 이제 당신의 마음속에는 대략적인 시세와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그리고 살고싶은 동네와 절대 살기 싫은 동네 정도는 확정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가장 괜찮았던 동네, 가장 좋았던 매물 주변의 공인중개사를 찾아보자. 창문에 다방, 직방 따위의 어플 광고가 붙어있는 곳이 아닌, 허름하고 낡은, 할아버지가 앉아서 졸고 있거나,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계시는 중개사에 들어가 보자.

 

필자 : 사장님~ 안녕하세요! 제가 이번에 취직하게되어서 월세방을 좀 알아보고 있는데요~

사장 : 아이고 요즘 어렵다더니 참 고생하셨네, 그래 그럼 한 50만원 보고 있지요?

 

오지랖과 이것저것 캐묻는 사장님들이 많이 계시지만, 젊은 친구에 대한 호의가 가득하시기 때문에 최대한 예의바르게 대답해 드리고, 실제 예산과 원하는 요소에 대해 전달하자. 그 동안 봤던 매물들과 또 다른 매물들을 볼 수 있을것이다. (방의 넓이나 퀄리티는 젊은 직원들이 소개해주는 방보다 훨씬 낫거나, 비슷한 정도이다)

6. 결정

험난한 과정을 거치고 거쳐, 필자는 같은 가격대에서 나름 괜찮은 매물을 구했다. 그 방을 구해준 것은 어플을 통해 만난 비슷한 또래의 직원이었다.

 

경력이 2년이 미처 되지 않은 직원이었고,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보여준 매물이 마음에 들지않아 거절 의사를 밝히고, 꼭 좋은 매물이 있다면 연락달라 당부한 후 잊고 지내냈으나 며칠지나 카카오톡 프로필에서 해당 직원의 생일을 확인하여 기프티콘을 선물해 주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퇴근시간에 갑자기 온 전화를 받았다.

 

통화

직원 :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제가 매물하나 찾았는데 한번 보러가려고 하는데요!
필자 : 네~ 어디서 만날까요?

 

매물 보러 가는 길

직원 : 마침 손님께서 찾으시는 금액대 정도에 구축이어서, 생각보다 넓을 것 같아서 바로 연락드렸어요 ㅎㅎ

필자 : 네ㅎㅎ 감사합니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매물

직원 : 이방.. 와... 계약하세요.

 

매물은 여태 본 방중 가장 넓고, 직사각형에 모든 옵션이 갖추어진 방이었다.

당일 바로 계약을 하고, 필자는 2년째 큰 불편함 없이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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