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회사원으로 살아간다는 건 가끔 많이 벅차고 힘들 때가 있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나,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업무들, 굳이 이런 일을 하자고 대학까지 졸업했나 싶은 현타와 마음에 들지 않는 아저씨들 비위를 맞춰줘야 하는 조직의 압박과 내가 그렇게 혐오하는 꼰대와 점점 동질화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일 등...
24시간 중 6~7시간의 취침 1~2시간의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우리는 회사에 출퇴근 하는 시간 1~2시간, 업무 보는 시간 8~10시간을 소모한다.
사람의 뇌는 특정 자극에 익숙해지면, 해당 자극에 대한 반응의 민감도를 낮추고 새로운 자극에 대해 반응할 준비를 한다.
삶이 지속되는 동안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극의 종류를 늘려나가며, 점점 더 새로운 자극을 찾고 만족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되어간다.
회사를 다니며 매번 찾아오는 무기력감은 하루 종일 내 스스로가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고민과, 세상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 같다는 자기 비하, 더 노력해 봤자 바뀌지 않을 것만 같은 미래에 대한 낙담이 녹아든 것일 때가 많다.
이러한 무기력을 떨치기 위해 혹자는 당장 행동하라! 혹은 아주 작은 것 부터 성취감을 느껴라! 혹은 미래에 성공한 내 모습을 그리고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자신감을 되찾아라! 따위의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숨도 쉬기 벅찬 사람에게 그러한 내용은 너무나도 실행하기 어렵고 이상적인 내용일 뿐이다.
무기력감이 찾아오면, 나는 그 무기력감에 잔뜩 묻힌다. 무겁고 끈적끈적한 그 느낌에 감각을 집중해 본다. 내가 지금 이 시간에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에 집중한다. 더 깊게 구멍을 뚫고 침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순간 내 존재가 느끼는 중압감, 슬픔, 원망, 갈망 따위를 붙잡고 늘어져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작은 무엇인가가 솟아나, 이걸 한번 하자, 더 이상은 좀이 쑤셔 이렇게 있지 못하겠다 따위의 생각이 떠오르고 그렇게 엉덩이를 떼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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